가나 "흑인 노예 후손들 모셔라" > 코코아의 나라 가나

'이스라엘 건국'모델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적극 유치
"돌아오라! 고향으로."

아프리카의 가나가 과거 미주 대륙으로 팔려갔던 흑인 노예들의 후손들을 끌어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가나는 이들을 관광객으로 유치하는 것은 물론 투자나 노후 생활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며 여러 가지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로마에 나라를 잃은 뒤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1948년 국가를 재건한 이스라엘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80달러에 불과한 빈국 가나가 '이산가족 모으기'를 통해 국가 부흥을 꾀하는 것이다.

현재 가나에는 수천 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살고 있다. 뿌리 찾기를 위해 과거 노예 무역의 현장이었던 엘미나성 등을 찾는 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가나 정부는 이들의 방문과 이주를 장려하기 위해 앞으로 기한 없는 비자를 내줄 방침이다. 또 시민권 신청 요건을 완화해 이들이 가나 여권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07년에는 가나 독립 50주년과 영국의 대서양 노예 무역 중단 2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도 연다. 오탕카 오베트세비-람프테이 관광장관은 "흑인 노예후손이라면 어느 나라에 살든 가나를 모국이나 고향으로 여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당시 노예를 수용했던 해안 감옥의 입구인 '돌아올 수 없는 문(한 번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이 최근 후손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돌아오는 문'이 됐다고 전했다. 이웃 국가 라이베리아도 1847년 북미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세웠다. 현재 노예 후손들은 이 나라 전체 인구의 3%밖에 안 되지만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가나판 시오니즘(유대주의)'이 국내에서 100%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원주민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백인 외국인(white foreigner)'이라고 부르며 반감을 내비친다. 생활 수준이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데서 괴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나는 인구의 3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국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가나로 들어오는 데 반해 원주민들이 미국 이민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가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미국 이민자가 많았다. 가나 정부는 이질감 해소를 위해 "가나를 찾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형제자매 대하듯 환영하자"는 내용의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노예 무역=아프리카를 식민 통치했던 영국.포르투갈 등에 의해 1500년께 시작된 흑인 노예 무역은 18세기 절정을 이뤘다. 유럽인들이 미주 신대륙에 대규모 농장(플랜테이션)을 경영하면서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프리카 밖으로 팔려나간 노예들은 1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항해 도중 숨졌다. 이들 중 대부분이 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로 향했고 50만 명 정도가 미국으로 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아프리카 5개국 방문길에서 "500년 전 포르투갈로부터 흑인 노예들을 사들인 브라질의 과거사에 대해 용서를 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출처: 중앙일보 05.12.28